[채소의 진실] 책을 읽고

2011년에 쓰인 가와나 히데오의 책 [채소의 진실]의 내용은 나에게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내용부터 어리둥절했다. 이게 다 오해라고???
>> 채소에 관한 10가지 오해 (p9)
당신은 채소에 대해 잘못 알고 있지 않은가?
1. 채소는 그냥 두면 썩는 것이 당연하다.
2. 유기농 채소는 무농약으로 기른다.
3. 유기농 채소는 생으로 먹어도 안전하다.
4. 시금치 같은 잎사귀 채소는 색이 진한 게 몸에 좋다.
5. 벌레가 생기는 것은 안전한 채소라는 증거다.
6. 채소를 키우려면 비료가 필요하다.
7. 유기농 채소는 환경에도, 몸에도 좋다.
8. 영양 밸런스를 생각해서 채소를 꼭 먹어야 한다.
9. 특별재배 채소, 농약을 줄인 채소는 안전하다.
10. 채소는 많이 먹을수록 몸에 좋다.
평소에 너무 진실처럼 알고 있던 내용들이 모두 오해라니
왜인지 너무 궁금해서 책을 끝까지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유기재배, 자연재배의 다른 점
자연재배 ; 농약도 비료도 일절 쓰지 않는 농업
유기재배 (유기농 채소) ; 3년 이상 유기비료를 써서 재배한 것. (비료에는 화학비료와 유기비료가 있다. 화학비료는 화학적으로 합성하거나 천연물을 원료로 가공해서 만든다. 한편 유기비료는 동식물 비료로서 퇴비, 동물의 분뇨 등으로 만든다.) 농약은 JAS(일본농림규격)에서 인정받은 것 사용. 결국 유기농이라고 해서 완전 무농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 비료가 필요할까?
밭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은 토양에서 그만큼의 영양소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수확을 지속하면 흙이 점점 마르다가 언젠가는 작물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비료가 필요하다는 게 농학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자연재배는 그 비료조차 일절 안 쓴다.
왜 자연재배는 농약뿐만 아니라 비료조차 안 쓰는 걸까?
자연재배를 하는 사람들은 비료를 줌으로써 오히려 채소에 벌레가 생기거나 병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비료든 유기비료든 인위적으로 만든 비료가 자연의 섭리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이 공 들인 논과 밭에서만 채소가 병에 걸리고 벌레를 두려워한다 비료를 쓰니 벌레가 들끓고 병에 걸린다. 그것을 막기 위해 농약을 써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들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자연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p41
사람들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먹는 식품의 모양이나 품질에 대해 굉장히 까다롭다.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채소는 형태가 모두 다 고르고 예쁘다. 벌레 한 마리라도 나타나면 큰 소동이 벌어진다. 그래서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
채소는 무조건 많이 먹으면 좋다??
*안전한 채소를 고르는 방법과 먹는 법
초산성질소는 비료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체내에 들어가면 단백질과 결합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을 생성하게 된다. 특히 잎사귀 채소는 여분으로 얻어진 초산성질소를 저장해 버리는 성질이 있다 흔히 녹색이 짙은 채소일수록 몸에 좋다고 말하지만 절대 오산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고기나 생선을 먹을 때 색이 짙은 채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시금치는 가능한 색이 옅은 것으로 고르고 반드시 삶아 먹어야 한다. 삶으면 초산성질소의 반정도는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철이 아닌 시기에 채소를 수확하려면 비료를 더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제철 채소를 골라야 한다.
*벌레가 먹을 만큼 맛있는 채소??
맛있다 맛없다는 느낌은 미각 감성의 문제이며, 벌레가 오든 안 오든 맛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벌레는 비료 때문에 생긴 초산성물질을 먹으러 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농약의 힘을 빌어 벌레를 퇴치한다.
*유기농채소는 안전한가?
유기비료로 쓰이는 것 중 하나는 가축의 분뇨를 발효해서 만드는 동물성비료이다. 동물성 비료는 가축의 먹이에 들어있는 항생제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배설물을 퇴비로 만들기 위해서는 긴 숙성기간이 필요한데 항생물질이 균을 죽여버리기 때문에 발효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인스턴트 발효균을 사용해 짧은 시간 내에 숙성시킨다. 이렇게 충분히 발효되지 않은 유기비료는 흙을 병원균의 온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채소는 썩는 것이 당연하다?
이 책에서는 채소의 부패 실험이 나온다. 자연재배, 유기재배, 일반재배한 같은 종류의 채소를 같은 조건에 두고 부패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제일 먼저 썩은 것은 유기재배, 그다음 일반재배 채소가 심한 악취를 풍기며 썩었다. 반면 자연재배한 채소는 불쾌한 냄새가 아니고 아주 조금 절임 비슷한 냄새가 났다고 한다. 이 책의 실험 결과 채소가 썩는 것은 비료나 농약의 영향을 받는다. 자연재배의 채소는 썩는 게 아니라 발효되건 자연상태에서는 말라버린다. 부패한 채소도 발효된 채소도 결국엔 물이 된다. 하지만 부패과정을 거친 것은 수명이 짧고, 발효과정을 거친 것은 수명이 길다는 차이가 있다. 부패한 것을 먹어야겠는가, 발효한 것을 먹어야겠는가..
결론
채소라고 무조건 다 몸에 좋은 건 아니다. 뭐든 인간의 욕심으로 인위적인 기술이 포함된 건 문제가 생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인위적인 기술이 사용되고 결국 자연스러움과는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채소재배에서 보면 영양을 주기 위해 인위적인 비료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벌레가 생기면 또 그것을 없애기 위해 농약을 만든다. 자연스럽지 않은 채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진짜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지, 인간의 오감으로 느끼는 자연스러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